“TV수신료 70원, 적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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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 전자결재로 개정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1994년부터 한국전력에서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해온 수신료는 개정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분리징수가 이뤄지게 됐다.

TV수신료는 공영방송사인 KBS와 EBS의 재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그동안 TV수신료는 KBS 중심으로 논의돼 왔고, EBS에 얼마만큼의 수신료가 분배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EBS는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에 대해 어떤 입장일지 들어보고자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박유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11일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되어 12일부터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작됐습니다.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수신료 분리징수 논의는 이번 정부에서만 나온 게 아니에요. 사실 문재인 정부 때도 얘기 나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문 정부는 이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수신료 통합징수가 방송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다고 답변했어요. 공영방송이 공적책임을 이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통합징수는 그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1994년부터 시작해서 30년 동안이나 지속돼왔던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로 징수 제도가 바뀐 거죠.

지금 방통위도 제대로 구성이 안 된 상황인데, 적합한 절차와 방식을 통하지 않고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된 국민제안을 근거로 이렇게 밀어붙인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과연 이것이 바로 시행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는데 지금 시행되는 거잖아요.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은 헌법재판소에서 올바른 결정 내려주기만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입법예고기간을 단축하는 등 정부가 굉장히 서두르는느낌인데 왜 그럴까요?

“내년에 총선이 있잖아요. KBS가 이 정부에겐 눈엣가시처럼 보였나 봐요. 여러 가지 정파적인 쟁점들을 국민 여론으로 포장해서 진행하고 있는 현 정권의 입장에서, 공영방송은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KBS에 공정성 논란도 있었고,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얘기들도 있죠. 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보셨다시피 결국 국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선 평상시 TV 안 보던 사람들도 KBS를 찾을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 때 EBS가 <온라인 클래스>로 교육 공백을 막았던 것처럼 공영방송은 공적인 영역에서 꼭 필요한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지금은 TV 수상기 없는 집이 많고 그런 집은 납부 의무가 없으니 분리징수해서 국민불편을 개선하겠다는 건데.

“이전에도 TV 수상기가 없으면 안 낼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한전에 전화해서 가정에 수상기가 없다는 걸 증명만 하면 TV수신료는 내지 않게끔 돼 있거든요.

또 하나 짚어둘 것은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으나 TV를 보지 않는다는 분들 문제인데요. 수신료는 TV 시청의 대가로 치르는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예를 들어, 저희 아이가 셋 있는데 만약 제가 아이들 대학교까지 다 키워 더 이상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주민세와 주세 같은 데 포함된 교육세를 못 내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와 똑같은 거예요. 수신료는 공영방송이라는 공적 인프라 유지를 위해 그 최소한의 비용을 국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하도록 제도화한 것입니다.”

현재 EBS는 수신료 2,500원 중 70원을 분배받잖아요. 근데 70원은 작은 액수라 EBS 경영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싶어요.

“EBS는 70원씩 받죠. 지금 7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한 가구당 내주신 70원이 모여서 저희에게 1년에 190억 정도가 들어와요. 190억은 EBS 전체 예산의 6%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현재 학령인구가 엄청나게 줄었고, 광고 등 지상파 방송사 경영 여건이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서 저희가 자체적으로 수익 내서 공적영역을 감당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지난해 200억 넘는 적자가 발생했고, 올해는 거의 300억 가까운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그런데 당장 분리징수로 인해 수신료 190억 가운데, 예상하기로 약 80% 수입이 줄어들면 400억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수신료 내지 말라는 게 아닌데 분리징수가 왜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분리징수한다고 무슨 일이 있겠냐고 말씀하실 수 있죠. 수신료는 방송법 제 64조에 납부의 의무가 규정돼 있고 안 내면 가산금‧추징금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국민들 입장에서 어차피 내야 하는 걸 편하게 납부해왔는데 이제 더 불편한 상황이 된 거죠.

더욱 큰 문제는 분리징수하게 되면 엄청난 징수 비용이 발생할 거란 점이에요. 현재 한전에서 통합징수에 대한 수수료로 연간 465억 정도 받고 있는데, 분리징수 시 추가 비용만 1,850억 원에 달할 거란 추산이 나왔습니다. 현재 위탁수수료의 5배 가까운 돈이 분리징수를 위한 비용으로 쓰이게 되는 거지요.

그러면 징수하는 데만 수신료 2,500원 중에서 700원 가까이가 드는 건데, 이게 무슨 낭비입니까? 잘되고 있는 정말 효율적인 징수 방식이 있는데, 굳이 비용은 훨씬 많이 들고 혜택은 덜 돌아가고 국민들의 불편은 가중되는 방식으로 바꾸는 거예요.”

분리징수하면 징수율이 50%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고 들었어요.

“통합징수가 되기 직전인 93년도에 전국에 있는 징수원들이 직접 징수하러 다닐 때 실제로 50% 수준의 징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떨어질 거라고 예상해요.”

EBS는 광고도 거의 없잖아요?

“지금 EBS 전체 재원 중 공적자금은 30%가 안 됩니다. 나머진 광고 판매라든지 연계 교재 판매로 수익 내고, 프로그램 판매 사업이나 기타 교육 관련 사업을 수행하면서 EBS를 유지하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공영방송사에 이런 구조는 말이 안 되죠. 공영방송이라면 안정화된 공적자금 안에서 운영이 가능해야 진짜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데, 돈 벌어서 하라고 하면 산업 논리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어요.

남들은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대신에 돈이 되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고, 교육적인 어린이 프로그램 대신 완구나 캐릭터 판매에 치중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밖에 없죠.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도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온라인 클래스> 대신에 이를 통해 돈 벌 궁리만 하고 있었을 겁니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으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개인이 7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나 70원이 모아져서 EBS로 오면 그걸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클래스>도 그렇게 할 수 있었고, 학원 하나 없는 도서·산간 벽지의 아이들이 EBS를 보면서 자기의 꿈을 키워나가죠. 그다음에 <스페이스 공감> 같은 프로그램 통해 인디나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존재를 알릴 수 있고, EBS 다큐멘터리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생각해 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젠다를 던지고 해법을 얘기해 볼 수 있었고요. 이런 것들은 상업 방송에선 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요.

어린이 방송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IPTV나 케이블에 있는 어린이 채널 한번 보세요. EBS만큼 건전하고 교육적인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이 없을 겁니다. EBS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은 부모 입장에서 믿고 같이 볼 수 있게끔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그게 상업적인 논리로는 제작이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안 만들어야 하느냐면 그건 아니죠. 그런 프로그램은 공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수신료가 없으면 이런 일들을 하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고, 그게 가장 걱정되죠.”

수신료 문제가 KBS 위주로 논의되는데 이에 대한 불편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EBS가 수신료 2500 가운데 70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제 주변에서도 그 얘기 꺼내면 엄청 놀라곤 해요. 그리고 ‘TV수신료’라고 엄연히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KBS 수신료’라고 표현하고요. 하물며 언론과 미디어에서 ‘KBS 수신료’라고 보도하기도 하죠. 70원은 진짜 적은 돈이지만, EBS는 국민들이 내주시는 작지만 소중한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그걸로 많은 공적역할을 감당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는 이전부터 이 수신료와 관련해 더 많은 배분율을 요청해왔어요. 그런데 현재의 논의 구조에서 EBS는 배제된 게 사실입니다.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수신료 논의 구조에 공영방송사인 EBS도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분리징수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단 이것부터 막아야죠.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존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고, 그것이 없으면 공영방송의 역할을 이행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KBS와 같이 분리징수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는 제대로 된 배분율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EBS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분리징수는 EBS에도 결정적인 타격이에요. 수신료 비중이 전체 재정의 6% 정도밖에 안 되지만, 이게 EBS의 존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거든요. 그래서 EBS 직원들 모두 엄중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있어요. 만약 국민들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신다면 그 부분에서는 저희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서 고쳐 나가야겠죠.

EBS는 <온라인 클래스> 같은 걸 진행하면서 신뢰도를 많이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EBS에 기대하는 부분이 더 있으리라 생각하고, 더 큰 책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존이 큰 문제죠. 이번 기회를 수신료의 가치와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삼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정된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는데, 그건 어떻게 되어 가나요?

“예상하기 힘듭니다. 예전 같으면 상식적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고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하자가 있고, 게다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이미 다뤘던 사안으로 통합징수의 합리성에 대한 판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 예상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3월 9일부터 진행된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과정을 보면 상식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흘러왔거든요. 그래서 예상하기 힘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저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공감하고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현재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고 있는데 오늘(17일)까지 2만 3천 명이 탄원서를 제출해주셨어요. 단순히 이름만이 아니라 주소와 생년월일을 쓰고 거기에 사인을 하고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다 들어가는 데도 불편을 감수하고 탄원서를 제출한 시민이 2만 3천 명이에요. 오늘까지 6일 만에요.(☞ 참여하기)

애초 대통령실에서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참여자의 90% 이상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고 해서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했거든요. 하지만 탄원서 제출로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5만 명을 넘고 10만 명이 되면 헌법재판소도 이런 민의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고 분명 올바른 판단을 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세요?

“지금 KBS와 EBS,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돌아가면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릴레이 피켓팅 시위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신료의 가치에 대해서 설명하는 공청회라든지 프로그램, 스팟 등을 계속 제작해서 홍보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헌법소원 인용 촉구를 위한 탄원서’를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시민분들 설득하고 참여를 요청드려야겠지요. 그동안 공영방송에 등 돌리셨던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에 같이 대응하고 있는데, 분명히 그 힘들이 모여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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