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뒤 공개된 윤 대통령의 “죄송”…12분 발언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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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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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고 기대했으나 ‘역시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총선 참패로 타오른 국민 불만을 누그러트리려나 기대했으나 되려 더욱 크게 불을 지폈습니다. 자신은 2년 동안 올바른 정책을 펴왔는데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투로 일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16일 오전, 4·10 22대 총선에서 참패한 뒤 엿새 만에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과와 반성보다는 변명과 책임 회피로 가득한 총선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 즉각 사과와 반성이 없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부글부글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의 공개 발언 4시간 뒤에 나서, 대통령의 비공개 마무리 발언이라면서 “국민께 죄송하다. 대통령인 저부터 소통을 더 많이, 잘해 나가겠다”라는 말을 공개했습니다. 여론 악화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미 버스가 떠난 다음이었습니다. ‘내가 옳았고 국민이 틀렸다’라는 윤 대통령의 속마음이 이미 다 드러난 터였습니다. 여론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이었습니다. 애초 국민에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면, 굳이 생중계되는 모두발언을 피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국민에게 직접 얘기하는 것을 회피하고 한 다리 건너 말을 전하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었겠죠. ‘무반성의 공개 모두발언 – 반성의 비공개 마무리 발언’이 애초의 구상이었다면 국민을 모욕한 것이고, 뒤늦은 수습이라면 ‘죄송’에 진정성이 없다는 걸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내용과 형식 모두 낙제점의 윤석열식 소통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빌려 내놓은 윤 대통령의 총선 참패에 대한 메시지는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낙제점이었습니다. 먼저 형식부터 보겠습니다.

문민 정권인 김영삼 정권 이후 집권 기간에 실시된 총선에서 여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한 선거는 세 번뿐입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의 제16대 총선, 박근혜 정권의 제20대 총선, 그리고 윤석열 정권의 제22대 총선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들 세 번의 총선에서 가장 늦게 대국민 메시지를 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총선 나흘만으로 가장 빨랐고, 박 전 대통령이 닷새, 윤 대통령이 엿새 만입니다.
큰사진보기 ⓒ 오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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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도 가장 늦었지만 메시지 발신 방식도 변변찮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텔레비전이 생중계하는 ‘대국민 특별담화’를 서서 발표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때를 활용했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택했습니다. 둘은 모두 앉아서 국민이 아니라 비서관과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말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의 권위주의적인 냄새가 풀풀 풍길 수밖에 없는 형식이었습니다.

‘줄기는 옳았지만, 가지에 문제가 있었다’라는 무반성

윤 대통령은 12분가량 준비해 온 원고를 화난 얼굴을 한 채 읽었습니다.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입니다”라면서 민생을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민생이란 단어가 무려 11번이나 등장했습니다. 그동안 연설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자유’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렇다고 자유(이념)에서 민생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연설 전체의 기조가 ‘나는 2년 동안 옳은 방향을 잡고 잘했다. 그런데 국민이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라는 점에서, 그가 자유(이념)를 포기했다고 볼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민생 문제를 잘못 대하는 바람에 참패했다는 분석이 난무하니까 다급한 나머지 자유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일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은 거의 ‘~하지만, ~하다’라는 틀로 이뤄졌습니다. 줄기는 잘 잡았지만, 가지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로 시작해, 이런 형식의 문장이 무려 13군데나 나옵니다. 물가 관리도, 과도한 재정 중 해소도, 집값 잡기도, 주식 시장 대책도, 사교육 카르텔 혁파도 방향을 잘 잡고 잘 해왔지만, 세심함과 소통이 부족하고 국민이 이해를 해주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는 논법입니다. 이러다 보니, 세심과 소통이란 단어도 각기 3번과 2번이나 나왔습니다.

“마약, 전체주의, 포퓰리즘” 야당 정책 공격… 야당 대표 회담 요구 답 안 해
큰사진보기 ▲ 국무회의 지켜보는 인천공항 이용객들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TV로 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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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총선 메시지가 최악인 것은, 총선에서 심판받은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불통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인식을 보이고 야당과 협치를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입니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 미래에 비춰 보면 마약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가운데 ‘경제적 포퓰리즘’, ‘정치적 집단주의’, ‘전체주의’, ‘마약’은 사전 배포한 원고엔 없던 단어들입니다. 윤 대통령이 나중에 집어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목은 누가 봐도 민생 살리기 차원에서 국민 일인당 25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을 겨냥한 비판입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을 말하면서도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요구한 회담에 관해서는 묵묵부답했습니다. 만나기 싫다는 얘기입니다. 또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씨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총선 운동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혐의를 받는 의사 정원 2천명 증원 문제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습니다”라며 총선 전 담화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12분 발언 중 마지막 부분에서 2분 30초 정도를 이란-이스라엘 충돌 문제에 썼습니다. 이 문제가 미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확전되지 않고 억제되는 상황임을 생각할 때, 또 총선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라는 점을 생각할 때, 과한 분량이었습니다. 국제 분쟁을 활용해 내정의 어려움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고 오해를 살 만한 장광설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거론하면서 ‘참사’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도,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그의 비정한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날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12분 모두발언은 ‘안하무인으로 커온 사람의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 한판의 정치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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