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마경제] “다이소 때문에 다 죽소”…학교 앞 문구점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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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개학을 앞둔 지난 18일 대구 칠성종합시장 완구골목 한 상가에 '폐업!! 점포정리 땡처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무인문구점.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무인문구점.초등학교 앞 동네 문구점에는 누구나 아련한 어린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 시절 푼돈이 좀 생기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바로 학교 앞 문구점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하굣길 필요한 준비물이 있든 없든 문구점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일상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렇게 친숙했던 문구점들이 지금은 너무 귀해졌다. 대형 점포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 가격경쟁력이 밀리면서 이제는 주변에 문구점이 없는 초등학교가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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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 저가 물량 공세
골목상권 흡수하며 매출 팽창
편의점·무인가게도 우후죽순
문구 도매점까지 도미노 타격

“애들 줄어도 수십년 버텼지만
이젠 경쟁서 이길 재간이 없어”
동반성장위, 대기업 진출 차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검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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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0개씩 문닫는 문구점
대구 북구 관음동 한 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문구점. 이 곳은 다음달 폐업을 앞두고 모든 상품을 50%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유행이 지난 장난감은 최대 8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학교 앞 문구점의 이른바 ‘땡처리 ‘ 현장이다. 문구점 주인 최모(63)씨는 “장사가 안된 지는 꽤 됐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새로운 걸 하기도 쉽지 않고 해서 (그동안) 그냥 장사를 해온 것 뿐”이라며 “요즘은 월세는 고사하고 문을 열면 열수록 손해를 본다”고 혀를 끌끌 찼다.

인근에 자리한 문구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곳 주인도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문구점을 운영한 어르신에게 이 곳은 삶의 터전이자 희망이었다. 폐업 여부를 두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라고 말하지만 사실 부쩍 줄어든 수입이 결정적 이유였다. 이 어르신은 “초등생들이 줄어든 건 어쩔 수 없는데, 옆에 새로 생긴 편의점과 무인 아이스크림점은 도저히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초등학교 앞을 수십년간 묵묵히 지키던 동네 문구점들이 시나브로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21일 통계청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전국 문구점은 2014년 1만3천496개였다. 하지만 2018년 9천826개, 2019년 9천468개 등 해마다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매년 500여개 업체가 문을 닫으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 2019년 이후에는 통계청 항목에서 아예 사라졌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서 현재 약 8천여곳의 문구점이 영업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동네 문구점이 사라지면서 이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도매점 역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18일 2학기 준비로 정신없이 붐벼야 할 대구 칠성종합시장 완구골목. 이 곳은 대목임에도 한산했다. 골목 입구를 조금 지나자 ‘임대 문의’ 종이가 붙은 상가가 나왔다. 5m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폐업·점포정리·땡처리’가 적힌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었다.

한 문구류 도매점 주인은 “예전 이맘때는 새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찾는 손님과 물건을 떼어 가려는 소매 사장님들로 정신없이 바빴다. 참 그때 기억이 아련하다”면서 “지금은 인건비도 부담스러워 있던 직원들도 다 내보냈다”고 했다.

◆다이소 등에 빼앗기는 손님
동네 문구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유는 복잡다단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교육정책의 변화로 학습준비물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데다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6~12세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03년 418만6천명에서 올해 260만4천명으로 37.8% 급감했다. 대구는 2007년(19만9천471명) 20만명 선이 무너진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올해는 11만9천명으로 10만명을 겨우 턱걸이했다.

교육청에서 학생 1인당 연간 2만원 상당의 학습준비물을 지원해 주는 것도 학교 앞 문구점이 고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밖에 다이소 등 대형 생활용품 유통업체의 영업점 확장,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의 공세, 골목마다 들어선 편의점과 무인가게도 골목 문구점의 입지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 중 요즘 ‘초등생의 놀이터’가 된 다이소는 동네 문구점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다. 각종 문구는 물론, 먹을거리가 다양한 데다 대량으로 물건을 취급하는 만큼 단가 자체가 저렴하다. 제품 가짓수도 많아 얼마든지 취사선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싼가격에 부담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방과 후 방문 코스로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문구소매업 위기 원인분석과 생존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 발표 자료를 보면, 전국 다이소 매장은 2017년 1천160개에서 지난해 1천442개로 282개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8년 1조9천785억원, 1천251억원에서 지난해 2조9천457억원, 2천393억원으로 각각 9천672억원, 1천142억원 증가했다. 동네 아이들의 ‘코 묻은 돈’까지 갈고리로 쓸어 담고 있는 형국이다.

◆사라지는 추억과 가격 횡포
동네 문구점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개학날 아침 연필과 공책, 도화지를 사기 위해 들르던 문구점에 대한 추억은 몽땅 사라진다. 하굣길 사 먹던 쫀드기와 떡볶이, 그리고 입술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던 젤리와 사탕을 먹던 ‘소소한 행복’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특히 대형 매장, 편의점, 각종 무인가게의 가격 횡포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보통 편의점과 무인가게 상품은 소형 문구점보다 30% 이상 비싸다. 감자가 주재료인 A과자의 경우 동네 문구점에서는 5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무인 문구점 가격표에는 800원이 찍혀 있다. 초등 3학년 이모 군은 “편의점에선 용돈 1천원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이틀을 모아야 먹고 싶은 걸 사 먹을 수 있는데, 그게 좀 힘들다”고 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문구점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기간 대기업은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확정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학교 앞 문구점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지영기자 [email protected]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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