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생 제치고 머슴이 의병장으로 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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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 ▲ 안규홍 의병장 파청승첩비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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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살이(머슴) 의병장

우리 호남의병 답사단 일행은 순천대 홍영기 교수의 자문을 받은 뒤 ‘담살이’ 출신 안규홍 의병장의 전적지를 찾아 나섰다. 호남의병전적지 답사단 임시 캠프인 전남 담양의 한 숙소를 출발하여 도로 표지판을 보고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가면서 안규홍 의병장 후손이 살고 있다는 보성군 조성면 은곡리를 찾아갔다.

‘담살이’란 전남 지방 방언으로 ‘머슴’를 말한다고 한다. 우리 답사단의 길 안내자 녹천 고광순 의병장 후손 고영준 선생은 그 당시에 숱한 유생 의병을 제치고 담살이 안규홍이 의병장으로 추대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며 그분은 남다른 그 무엇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7년 11월 초순, 우리 호남의병 답사단 일행은 담양의 숙소를 출발, 순천대를 거쳐 보성군 조성면 은곡리로 부지런히 달려갔으나 도중에 길을 잃어 헤매느라 후손 안병진씨 댁에 도착했을 때는 초겨울 짧은 해로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는 주인이 없어서 바깥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둑할 무렵에야 트랙터를 몰고 귀가하는 안규홍 의병장 후손 안병진 선생을 그제야 만날 수 있었다.
큰사진보기 ▲ 안규홍 의병장 후손 안병진 선생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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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이라 취재에 미진했지만 날도 저물어 곧장 귀로에 올랐다. 강원도 산골 내 글방으로 돌아온 뒤 부족한 취재로 답사기를 쓰는 게 안 의병장을 모독하는 것 같아 후손 안병진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방문하겠다고 일렀다.

“저도 그날 경황이 없어 물도 한 잔 대접치 못해 짠했소. <담산실기>란 책도 드리지 못했구먼요. 다시 오신다니 고맙고 반갑소.”

큰사진보기 ▲ 안규홍 의병장 무덤의 비석을 쓰다듬는 인병진 후손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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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청 승첩비

다시 그곳을 찾았다. 곧장 집 뒤의 초라한 안 의병장 묘소에 두 번 절을 드린 뒤 후손의 안내로 그 마을에서 가까운 비둘고개에 있는 파청 승첩비로 갔다.

오호라, 공의 충성은 해와 별을 꿨고 의기는 골수를 메웠다. … 애석하다. 황천(皇天 하늘)이 도우지 않아 마침내 흉측한 무리를 말끔히 소제하여 나라의 터전을 회복치 못하고 도리어 해를 입었으니 지하에서 원한이 되리라. – <파청승첩비문> 가운데 일절

안규홍 의병 부대의 여러 전적지를 그날 하루에 도저히 다 둘러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안 의병장이 담살이를 하면서 창의의 깃발을 날린 법화마을과 가장 치열했던 의병전적지 서봉산을 보고 싶다고 부탁 드렸다. 그랬더니 두 곳 모두 광주로 돌아가는 길섶에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하필이면 그날 안병진 선생은 동네 초상이 나서 바쁜 듯하여, 길잡이 고영준 선생이 거기로 가는 길을 자세히 물어 어림잡고는 곧장 서봉산이 있는 진봉리로 달렸다.

보성에서 광주로 가는 1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몇 차례 길을 물은 끝에 서봉산을 찾았다. 그곳 일대 산들은 안규홍 의병장이 담살이를 할 때 땔감 나무를 하러 무수히 다니던 곳으로 지리에 몹시 밝은 곳이었을 게다.

하지만 당시 호남 의병들은 기껏 낫이나 죽창, 화승총이나 천보총 등 재래무기로 일군의 최신식 무기에 당할 수 없어 이곳 전투에서 일군 2명 살상에 견주어 아군은 25명이나 순절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그날 일정상 서봉산은 오르지 못한 채 아직도 멧부리에 떠돌고 있을 이름 없이 순국한 의병 혼령에게 묵념을 드리고는 발길을 법화마을로 향했다.
큰사진보기 ▲ 안규홍 의병장이 자란 법화 미을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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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주로 가는 18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자 곧 문덕면사무소가 나오고, 거기서 우측 주암댐을 끼고 달리자 동산리 법화마을이 나왔다. 안규홍 의병장이 자라고 20여 년간 담살이 하던 마을이었다.

그곳 주민에게 안 의병장 집터를 묻자 개천 복개한 끝 10여 평 공지가 바로 안 의병장 어머니가 오래도록 살았던 토담집이었는데 지금은 뜯겨 버렸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그가 가르쳐준 곳으로 가서 공터만 보고는 허망하게 차머리를 돌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지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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