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200석, ‘촛불 혁명’ 잇는 ‘선거 혁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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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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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 사전 투표율 31.28%. 총선 사상 최고치이다. 21대 총선 때 26.7%를 4.6%p나 초과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권 심판의 열망이 반영된 분노 투표라고 했고, 여권은 ‘야권 200석’에 대한 위기감에 보수층도 결집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어느 분석이 맞을까?

지금까지 사전투표는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하게 나타났다.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만 계산하면 더불어민주당이 253개 지역구 중 200곳 이상에서 1위를 한 반면, 본투표에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더 많은 표를 받았다.

지난 대선 때인 2022년 2월 15일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KBS‧MBC‧SBS 조사(무선전화면접, 2006명, 95%신뢰수준±2.2%p)에 따르면 사전투표 의향자는 이재명 52.8%, 윤석열 22.2%, 본투표 의향자는 이재명 28.9%, 윤석열 48.5%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난 2~3일 리서치뷰 조사(무선RDD ARS, 1000명, 95%신뢰수준±3.1%p)에서도 사전투표 의향자는 민주당 51.0%, 국민의힘 21.3%, 본투표 의향자는 민주당 42.9%, 국민의힘 71.6%로 나타나 민주당 지지층은 사전투표를 좀 더 선호하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본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사전투표가 높다는 것은 민주당에 유리한 정황인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월등히 높은 득표를 했음에도 관외투표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했던 ‘이대남’의 윤석열 후보 지지가 높아지면서 사전투표에서 양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만 가지고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도 그런 흐름이 이어질까? 아니다. 완전히 다른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 왜 그럴까?

먼저 이번 선거는 구도, 이슈, 인물 등 선거의 3요소 중 ‘정권심판론’이라는 이슈가 구도를 무력화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영향이 있기는 하겠지만 인물 경쟁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여러 언론의 폄훼가 있었지만 선수(選數), 경력, 지위, 계파 등은 고려대상이 되지를 못했다. 정권 심판을 위해 누가 잘 싸울 수 있는 후보인지가 후보 선택의 제1 기준이 되었다. 그렇게 민주당 후보들을 본선 경쟁력을 확보했다. 소위 제3지대 신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변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정권심판론이 지배하는 선거가 됐을까? 무엇보다 고물가, 고금리 등에 의한 민생경제의 파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집권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를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기반해 청취하고,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해법을 찾기보다는 집권 2년이 다 돼가도록 전 정권 탓, 야당 탓만 했다. 대파 논란이 대표적이다. 민생을 포기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보수층이 결집할 최소한의 명분도 차단했다.

다음으로 독선, 독주, 독재로 폭주하는 국정 기조를 전혀 바꾸지 않았고, 바꿀 생각조차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따끔한 회초리를 맞고 “국민이 옳다”며 거듭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오히려 윤 정권은 ‘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 ‘채 상병 사건과 이종섭 해외 도주’, ‘김건희 명품백 사건’ 등에서 보듯 민심과는 정반대의 길을 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회초리가 쇠몽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읍소했지만 윤석열 정권은 쇠몽둥이로도 안 되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책임지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은 정책, 비전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철 지난 ‘운동권 청산론’ 타령을 하다가 잘 안 먹히자 ‘이-조 심판론’을 꺼내 들고 육두문자에 가까운 저질언어만 배설했다. 여기서 국민들이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보수층도 심판 대열에 동참하게 했다.

반전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정 기조의 전환, 즉 민심이 요구하던 거부권 행사 법안들에 대한 재검토, 채 상병 사건 및 디올백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수용 등을 총선 직후 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면 충분했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선택은 느닷없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카드였다. 국민적 관심사이고 역대 정권에서 풀지 못한 난제였기 때문에 이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일거에 여론을 반전시킬 수도 있겠다 싶었을 것이다. 이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인 찬사를 보냈고, 국민 여론도 호응하는 듯했다.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국정 지지도는 상승했다. 총선 승리가 코앞에 다가온 듯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의-정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길어지면서 사태 해결은 요원해졌다. 지루한 싸움에 뉴스 가치는 떨어지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으며, 피로감과 불안감은 누적돼 갔다. 어느 쪽이든 한쪽이 죽어야 하는 게임이 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등 기본권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될 정치적 도박을 한 셈이다. 당장의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총선 전 사태 해결로 판세를 전환하기는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다.

다른 한편 윤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웃듯 23회에 걸친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말이 토론회지 실상은 대통령 ‘공약 발표회’였고, 그것도 주로 여야 간 격전지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소요 예산이 최소 10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최악의 관권선거라 할 만하다. 물론 지키지 못할, 아니 지킬 생각이 없는 공약을 남발하며 잠시나마 국면을 전환해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속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바이든-날리면’ 징계에 이어 ‘미세먼지 1’ 보도에 대한 최고 수준의 ‘관계자 징계’를 당한 MBC가 간판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9주년 특집방송을 조국혁신당 기호 9번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연기하기로 하자 국민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뒷목을 잡게 됐다. 이 정권의 행태는 공정과 상식에 민감한 이대남들에게도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결국 국민의힘 내부조차 ‘김건희 방탄’을 위해 일사불란했던 대오가 흐트러졌다. 침몰하는 배에서 저마다 좌충우돌하며 각자도생의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게다가 양산갑의 윤영석 후보가 유세 중 “문재인 죽여”를 연호한 것은 총선 막판 보수층 결집을 위한 국민의힘의 ‘읍소 전략’마저 무용지물로 만들고, 한 줄기 가능성에 기대 생존의 몸부림을 치던 수도권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타격을 줬다. 그렇게 보수층 결집의 마지막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필자가 정리한 전국 판세를 보자.

어떻게 이런 예측이 가능했을까? 이런 선거 구도를 만든 일등 공신은 누구일까? 야권에서는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위원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란 말이 회자된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그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

다음은 이-조 연합전선의 구축이다. 그 토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였고,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었다면 조국혁신당의 출현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병립형에서 ‘지민비조’는 불가능하다. 민주당 최고위원 대부분이 병립형 회귀 주장을 굽히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이유이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단숨에 뒤흔든 조국혁신당의 출현은 이번 총선 구도를 형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했다. “검찰 독재 청산”,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선명한 노선과 구체적 비전, 수권정당인 민주당이 담아내기는 어려운 진취적 과제 제시에 상당수 진보층과 중도층은 물론 윤석열 정권에 실망한 보수층 유권자들까지 화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55% 이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깜깜이 선거 직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여 위 자료에 포함했다.

내일은 역사적인 22대 총선일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국민들의 선택이 어떻게 나타날지, 최종 결과가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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