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는 조국, 뒤에는 색깔론…민주당의 위성정당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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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를 만난 장면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언론은 두 사람의 대화를 놓고 사실상의 ‘연대’ 의사를 표명한 거라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에 대단히 해로운 결합”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다른 야당 대표가 예방을 왔는데 문전박대할 수는 없었을 거다. 두 사람의 만남을 비판하는 녹색정의당 대표가 찾아왔대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자고 하는데 “그럽시다” 해야지, “당신네 세력과는 껄끄러우니 악수도 하지 않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거다. 그런 면에서 이 자리에 대한 언론의 해석은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게 그런 식으로 비춰지는 게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에 주목하는 시선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처한 구조적 딜레마를 반영하는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 더 분명히 드러난다. 6일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총선에서 정당투표를 어느 정당에 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13%가 ‘가칭 조국신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걸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28%,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민주개혁진보연합’은 14% 등이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무선전화면접,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지역구 후보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33%,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6%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그런데 앞서 정당투표의 경우 ‘가칭 조국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민주개혁진보연합’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를 합하면(27%)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28%)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즉, ‘가칭 조국신당’ 또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민주개혁진보연합’에는 투표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는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층이 존재하고 이게 지역구 투표 성향에서 양당 간 유의미한 격차를 벌리는 결과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거다.

조국혁신당엔 투표할 수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유권자가 존재한다면, 그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공천 파동이라는 변수를 빼놓고는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공천 파동으로 이탈 흐름에 놓인 잠재적 민주당 지지층을 조국혁신당이 포섭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중인 셈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지역구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밀어달라고 주장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런 경우까지 반영한다면 여론은 어떻게 될까?

YTN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3~4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무선전화면접,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정당투표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신당’이라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15%, ‘더불어민주당이 준비 중인 통합형 비례정당’이라는 답은 21%로 나타나 앞서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 TV가 의뢰한 여론조사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역구 선거의 경우 어느 정당 소속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35%,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39%가 나왔는데, 이 중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앞서 정당투표 관련 질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준비 중인 통합형 비례정당’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의 합(36%)과 거의 일치한다. 앞서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TV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와의 차이는 지역구 후보 선택지 중에 조국혁신당 후보를 시사하는 선택지의 유무였다. 즉,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조국혁신당이 ‘정당투표에선 조국혁신당, 지역구에선 더불어민주당’ 전략을 유지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서는 거다.

그런데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이 고민거리가 된다. 2020년 총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열린민주당 지지층과의 불화를 감수하고 확실히 선을 긋는 행보를 통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의 정당투표를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의 경우 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으로의 정당투표 올인 전략에 부담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언급한 공천 후유증 때문에 원심력이 커져 지지층이 이완돼 있는 상태인데다 주요 연대 대상인 진보당을 향한 보수세력의 색깔론 공세 등이 더불어민주당 본체로 옮겨붙는 것을 차단해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의 ‘지역구에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자’는 주장의 덕을 봐야 할 필요성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어쨌든 조국혁신당의 저 주장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유실을 막아주는 가드레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계 설정은 어정쩡한 것이 될 수밖에 없고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만남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게 되는 거다.

그런데 포인트를 지지층 확장, 즉 ‘중도 공략’으로 옮겨보면 색깔론이든 조국 전 장관 문제든 확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은 총선 이후에도 복잡한 고민거리로 남을 거다. 어정쩡한 관계 설정 덕에 조국혁신당에서 다수 의석이 배출된다면, 어느 시점에는 불가피할 통합 논의 등이 훨씬 더 복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론으로 말하자면 ‘준’이 있든 없든 애초에 이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위성정당 담론에서 미리 탈출하는 게 답이었을 테지만 이제 와서는 엎질러진 물이다. 차선책으로 담론의 주도권을 사실상 위성정당 또는 위성지망 정당들에서 본체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완전히 옮겨오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는 것밖에 없다. 관심의 포인트를 옮기도록 유도하라는 거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공천후유증을 이재명 대표의 통합 행보로 어떻게든 정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상을 유권자들이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 명확히 비판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이 역시도 제대로 해볼 마음은 없는 것같다. 통합 제스처는 갈 길이 멀고 정부여당에 대한 대안 있는 비판보다는 언론을 향한 원망을 앞세운다. 특히 다수당의 ‘언론 탓’은 무책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바로잡아야지 무조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 된다.

야당보다 여당 공천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직접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된다. 여당 공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아마 어렵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각에 문제 삼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미 여당 공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매일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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