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도록 결혼한 두 아들에게 줄 반찬을 만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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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이 19개월 된 손자를 데리고 주말에 온다고 했다. 설날에 만나고 못 만났으니 거의 두 달이 되었다.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주고 가끔 영상 통화를 했지만 늘 손자가 보고 싶다. 토요일에 온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바빠졌다.

목요일에 노인복지관 수업을 마치고 동네 슈퍼에 들렀다. 이번주에 파김치를 담그려고 몇 번 슈퍼에 들렀었는데 좋은 쪽파를 만나지 못했다. 다음 주에나 담그려고 했는데 큰아들 오면 보내고 싶어 혹시나 하고 슈퍼에 들렀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다행히 싱싱한 쪽파가 있었다. 싱싱한 쪽파를 보니 정말 반가웠다.

평소에 파김치를 담글 때는 넉 단으로 담갔는데 쪽파 단이 평소에 사던 것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아서 다섯 단을 카트에 담았다. 늘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 반찬으로 시금치 두 단도 샀다. 계산하려다가 갑자기 꽈리고추 멸치볶음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아서 카트를 옆으로 밀어놓고 멸치와 꽈리고추 두 봉지를 가져왔다.
큰사진보기 ▲ 다듬은 쪽파와 파김치자식에게 주려고 몇 시간에 걸쳐 쪽파를 다듬고, 늦은 시간까지 파김치를 담갔다. 몸은 피곤하였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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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니 4시가 다 되었다. 작은 김장 매트를 식탁에 깔고 쪽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파김치는 쪽파 다듬는 것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다. 묶은 줄을 풀어보니 쪽파 한 단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듬다 보니 남편이 퇴근하였다. 다듬던 쪽파를 어쩔 수 없어 다 다듬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남편이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남은 쪽파를 다듬어 씻어서 소쿠리에 담아두었다.

저녁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서 파김치를 담갔다. 파김치는 나의 요리 선생님인 손글씨 레시피북 ‘유 세프 요리 교과서’가 있기에 자신이 있어서 어렵지 않다(참고 글 : 사먹는 파김치가 너무 비싸서 직접 담가 보았다https://omn.kr/264zu). 준비해 놓은 양념이 쪽파에 골고루 묻도록 조금씩 나누어서 버무렸다. 통에 담을 때도 몇 뿌리씩 돌돌 말아서 나중에 꺼내 먹기 편하도록 했다.
큰사진보기 ▲ 완성된 파김치 다섯 통파김치를 담글 때 늘 넉넉하게 만들어서 두 아들네와 이웃에 사는 시누이네도 나눠 준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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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파김치는 큰아들네, 작은아들네 줄 것과 우리가 먹을 것을 작은 통에 따로 담았다. 다섯 통이니 넉넉하다. 파김치를 담그고 뒷정리까지 하고 나니 11시가 넘었다. 남편이 피곤하겠다며 얼른 자라고 했다. 조금 힘들었지만, 자식에게 먹일 것을 만들었기에 마음만은 뿌듯했다. 꽈리고추 멸치 조림은 다음 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잤다.

피곤했는지 다음날 늦잠을 잤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멸치 머리를 다듬었다. 꽈리고추 멸치조림을 만들 때는 늘 꽈리고추 두 봉지와 멸치 300g 한 봉지를 산다. TV를 시청하며 자식 먹일 생각에 즐겁게 다듬었다. 꽈리고추 멸치 조림도 잘하는 음식이라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아들네 줄 것을 작은 통에 따로 담아 놓았다. 왜 이리 행복한지 모르겠다.
큰사진보기 ▲ 꽈리고추 멸치 조림꽈리고추 멸치 조림도 내가 잘 만드는 음식이라 아들네 보내려고 넉넉하게 만들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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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토요일에 큰아들이 왔다. 오랜만에 보는 손자가 많이 컸다. 다행히 낯을 가리지 않고 쌍둥이 형님과도 잘 논다. 영상통화를 해서인지 할머니, 할아버지도 알아보고 잘 안겼다. 요즘 벚꽃이 많이 피어 다 같이 꽃 구경을 하러 갔다. 조금 멀리 가려고 했으나 큰아들이 나들이객이 많아 길이 밀려 늦게 도착했다. 저녁에 돌아가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반찬과 참기름 바리바리 싸 주던 엄마 마음을 이제 알겠다
큰사진보기 ▲ 우리 아파트벚꽃아파트가 20년이 넘다보니 다른 곳에 벚꽃 구경을 가지 않아도 아파트 둘레길에서 멋진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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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다 보니 벚나무도 함께 자라서 벚꽃이 정말 예쁘다. 때마침 아파트 둘레길에 벚꽃이 만개해서 정말 예뻤다. 다른 곳에 갈 것 없이 그냥 아파트 한 바퀴를 돌고 점심 먹으러 고깃집에 갔다. 손자들이 아직 어려 불고기와 갈비탕을 시켜서 먹고 왔다. 집이 답답한지 손자들이 또 나가고 싶어 해서 공을 두 개 가지고 인근에 있는 근린공원에 가서 놀다 오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아들은 이번 일요일이 근무 날이라서 저녁 먹고 돌아갔다. 오랜만에 와서 하루 자고 가면 좋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든 파김치와 꽈리고추 멸치볶음, 지난번에 만들어 놓은 오이피클을 갈 때 보냈다. 만들어 놓은 반찬을 들려 보냈더니 그나마 서운함이 덜했다.
큰사진보기 ▲ 큰아들에게 보낸 반찬큰아들이 갈 때 이번에 만든 파김치와 멸치조림, 그리고 지난 번에 담가서 따로 담아 놓았던 오이 피클을 싸주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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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마음은 모두 같다. 나는 안 먹어도 자식이 먹으면 먹은 것처럼 배부르다. 특히 손자는 더 예쁘다. 며느리가 아이 키우며 일하느라 반찬 만들기도 어려울 텐데 당분간이라도 반찬 걱정 없이 잘 먹었으면 좋겠다. 시간 될 때 또 온다고 했지만, 언제 또 올지 몰라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며 배웅했다.

친정엄마 계실 때 친정에 가면 갈 때마다 뭔가를 가득 담아 주셨다. 반찬뿐만 아니라 냉동실에 얼려 놓은 나물이랑 생선, 짜놓은 참기름, 매실액 등 바리바리 싸 주었다. 너무 많다며 꺼내놓으면, 나중에 다 필요할 거라며 굳이 넣어 주셨다.

그땐 그게 고마운 건지 몰랐는데 내가 친정엄마 나이가 되니 그 마음이 이해된다. 그건 자식에게 뭐라도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었다. 물건이라기보다는 사랑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나도 아들 며느리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부모 마음은 똑같은 가 보다.

작은아들은 가까이 살아서 자주 만난다. 쌍둥이 손자를 주말에 돌봐주기에, 반찬을 만들어 가끔 보내준다. 집에서 맛있는 것을 만들어 함께 먹기도 한다. 큰아들은 조금 멀리 살아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맛있는 것이 있을 때마다 생각난다. 가져다줄까도 생각하지만 서로 스케줄이 있으니 가는 것도 어렵다. 이렇게 손자 데리고 가끔 방문해 주길 기대해 본다. 다음에 만날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 발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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