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직터뷰] 김제덕 양궁 국가대표 “마치 숙제 같은 개인전 정상, 올여름 파리서 끝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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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3대 메이저대회 양궁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전부 목에 걸어봤던 김제덕은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정상에 오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장석원기자 [email protected]”파이팅, 코리아 파이팅!”

이 한마디 외침으로 국민들 뇌리에 깊게 박힌 운동선수가 있다. 앳된 얼굴에 상기된 모습으로 간절함이 담긴 이 장면은 올림픽 금메달로 마무리되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긴장감 해소 차원에서 해보고 싶었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단순한 시도였는데 최상의 결과로 연결됐다. 초등학생 때 엉겁결에 활을 잡았고 세월이 흐르면서 미처 몰랐던 승부사 기질이 발현된 데다, 자기만족에 철두철미한 성격이 오늘을 있게 했다. 전 세계 체육인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올림픽 정상의 꿈을 경북일고 재학 시절 일찌감치 이뤘지만 시상대 맨 위에 계속 오르고 싶은 그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조 신궁’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와 윤옥희 경북일고 코치에 이어 ‘활의 고장’ 예천의 계보를 잇고 있는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20·예천군청)의 이야기다.

하루 평균 700발 안팎 활시위 당기며
한국 男양궁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금빛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단체 金 불구
‘시상대 맨위’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적당히’라는 말 가장 경계…자신과 싸움
“일단 대표선발전 3위 내 들기 위해 최선”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도쿄올림픽이 당초 예정대로 2020년에 열렸다면 포효하는 김제덕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손자 사랑이 각별했던 할머니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아버지가 그해 대표선발전 전후로 많이 아프셨다. 게다가 지독한 연습벌레에게 찾아오는 숙명 같은 부상이 한창 그를 괴롭힌 탓에 선발전 통과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2024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즈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1년 순연됐다는 소식이 거짓말처럼 전해졌다. 기회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를 찾아왔다. 양궁에서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여겨질 만큼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은 치열하다. 2021년 4월 최종 2차 평가전에서 우여곡절 끝에 3위를 차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김제덕은 한국 남자 양궁 역대 최연소(만 17세3개월) 출전이라는 기록을 썼다. 경북일고 2학년 때의 일이다.

김제덕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5세 무렵, 아버지 고향인 예천으로 내려와 조부모의 헌신적인 보살핌 아래 성장했다. 예천초등-예천중-경북일고를 졸업했고 현재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 활약 중인, 말 그대로 ‘예천인’이다. 예천초등 체육시간에 진행된 양궁부 모집 때 친구가 옆구리를 쿡 찌르는 바람에 얼떨결에 손을 든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때까지 활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에 쉬이 싫증이 날 법도 했으나, 어느 날부터 선배들의 슈팅자세가 멋있어 보였고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승부욕이 발동하면서 청춘을 걸 만큼 양궁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차린 양은영 코치의 섬세한 지도에 녹아들면서 촉망받는 궁사로 성장을 거듭했다. 손끝의 감각을 익히고, 또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중학생 때까지 하루 평균 700발 안팎을 쐈을 정도로 독한 면을 갖고 있다.

# ‘재능 0%, 노력 100%’라는 겸손한 천재

어떤 자리든 정상에 오르려면 재능과 노력을 겸비해야 한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극단적인 치우침으로는 얻을 수 없는 위치다. 김제덕은 자신의 재능을 절대 앞세우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노력했고 운이 따라줬을 뿐이라고 한다. 땀 흘리지 않는 천재에게 한계가 있는 것처럼 재능 없는 노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궁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TV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했을 정도로 일찍 자질을 주목받았음에도 불구, 노력이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산다. 그는 ‘적당히’라는 말을 가장 경계한다. 거의 매일 자신과 싸움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당히’는 불안감을 키우고, 그 불안 때문에 뭔가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스스로 한 약속, 스스로 정한 목표와 어정쩡한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그에겐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추상같은 엄격함은 간혹 예기치 못한 화를 자초할 때도 있다. 김제덕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어깨 충돌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어깨회전근개를 반복적으로 과하게 사용할 때 찾아오는 질병이다. 괜찮다 싶을 정도로 회복되는 데까지 꼬박 3~4개월이 걸렸다. 선수생명과 직결되는 현실적 위기감을 제대로 느꼈다. 이를 계기로 훈련도 중요하지만 쉼을 적절히 병행해야 좋아하는 활을 오래 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제덕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예천을 찾는다. 주위에서 효자라고 주저 없이 치켜세울 정도로 할머니와 아버지께 지극정성이다. 그리고 진호국제양궁장 방문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문형철 예천군청 감독(전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이나 김미라 예천군 체육사업소장 등을 만나 가족과 고향, 그리고 양궁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서적 안정과 함께 새로운 힘을 충전한다.

2021년 7월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김제덕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목표는 2024파리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은 전부 목에 걸어봤다. 그런데 여전히 배가 고프고 뭔가 허전하다. 개인전 금메달이 없어서일까? 김제덕에게 개인전 정상은 마치 숙제 같다. 해야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너무 하고 싶은 일이다. 겉으로는 아직 젊으니까 하나씩 이뤄가면 된다고는 하나, 속내는 올여름 파리에서 숙제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의 경쟁이 여전히 부담스럽긴 하다. 그런데 반복의 힘과 학습효과는 생각보다 실속있고 강했다. 여러 번의 선발전을 거치면서 냉혹한 승부세계에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이 양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실을 그는 이미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양궁선수라면 표적지가 유혹하는 한가운데 노란색(골드)을 선호할 법도 한데, 김제덕은 파란색을 좋아한다. 실제 쏘는 화살의 깃털도 자신이 고른 파란색이다. 훈련에 지치고 가슴이 답답할 때 가끔씩 찾는 바다가 편안함을 준다는 게 이유다. 좌우 시력이 2.0인 그는 슈팅할 때 왼쪽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는 습관도 있다. 도쿄올림픽 2관왕을 차지하면서 주민등록증이 나오기 전에 병역특례를 받았고, 운전면허를 따기도 전에 승용차를 포상으로 받은 사실이 회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 연말에는 그동안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 준 고향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예천군청을 방문,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래저래 스토리가 많은 김제덕의 올해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남자 및 혼성 단체전 금메달과는 별개로 개인전 시상대 맨 위에 서서 태극기를 보며 애국가를 듣는 것이다.

“일단, 파리행 비행기에 타려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 장담할 수는 없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운까지 따라줘서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가장 먼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병원에 계신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께 자랑하고 싶습니다. 분에 넘치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고향분들을 비롯해 감독 및 코치 선생님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장준영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장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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